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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그 시각, 한아연은 다시 황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유서 바꿔주세요.” “여보세요, 아가씨, 저예요. 황명은 저를 어떻게 하는 건 아닌데 제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요.” “알았어. 기다려. 내일 내가 구해줄게.” “아... 아가씨, 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한유서는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애써 터져 나오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 “한유서, 무사하다는 걸 알려주면 됐어. 다른 얘기는 하지 말고.” 저쪽에서 황명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서야, 날 기다려. 내가 내일 반드시 널 안전하게 데리고 올 테니까.” 한아연은 굳게 다짐하 듯 말했다. “아가씨...” 뚝! 한유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쪽에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한유서가 너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어.” 옆에 서 있던 이천후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 “내가 걱정이 되어 그러는 거겠지. 나한테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한아연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전화를 받는 순간 그녀는 응당 아가씨한테 오지 말라고 큰소리로 외쳤을 것이다. 이렇게 주저하며 우물쭈물하지는 않을 거다. 이천후는 한유서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알아차렸다. 물론 이것은 단지 그의 짐작일 뿐이라 한아연에게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이천후는 예전에 한유서가 한아연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천후는 그날 저녁 한아연의 별장에 머물렀다. 이 별장은 모두 4층으로 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수많은 방들이 있어 그는 아무 방이나 찾아 잘 준비를 했다. 내일의 연무대를 맞이하려면 컨드션 관리를 잘해야 한다. 하지만 한아연은 혼자 자면 무섭다고 하며 이천후한테 함께 자자고 했다. 이에 이천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한아연은 원망스러운 얼굴로 나갔다. 그러나, 잠시 후 한아연이 또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이불을 안고 그의 침대 옆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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