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9장

유정철이 나간 뒤 이천후는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다시 용검의 기운을 몸에 융합하기 시작했다. 달이 중천에 걸친 한밤중 그는 눈을 떴다.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이 대사님, 주무세요?”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달빛 아래 차분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시냇물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목소리였다. “용건이 있으면 들어오세요.” 이천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끼익. 문이 열리고 한 아름다운 실루엣이 천천히 방으로 들어섰다. 그 여인은 유예인이었다. 그녀의 모습에 이천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예인은 평소와 달리 정교하게 치장을 한 모습이었다. 검은색 레이스 장식이 달린 실크 잠옷 치마가 그녀의 몸매를 완벽하게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방금 목욕을 마친 듯 길고 부드러운 머리칼이 허리까지 흘러내렸고 살짝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퍼져 나왔다. 온몸에 정성스러운 아름다움이 깃든 그녀는 갓 벗겨낸 달걀처럼 투명하고 하얀 피부를 뽐내고 있었다. 살짝 붉어진 두 볼은 달빛을 받아 한층 더 아름답게 빛났다. 마연혁이 유예인을 탐내던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순간이었다. 그녀에겐 남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이천후가 빤히 쳐다보자 유예인은 얼굴이 더 붉어졌고 조용히 방 문을 닫았다. 그녀는 손에 새로 준비한 옷을 들고 있었다. “예인 씨,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왔어요?” 이천후는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물었다. “이... 이건 대사님을 위해 준비한 새 옷이에요.” 유예인은 가지런히 접은 옷을 이천후의 침대 머리맡에 조심스레 내려두었다. 달빛이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비추며 한층 더 빛나게 했다. “굳이 이렇게 신경 써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 하루만 더 있다가 떠날 생각이에요.” 이천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유예인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그녀의 눈빛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드러났다. “대사님, 오늘 밤 정말 고마웠어요. 대사님이 아니었다면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