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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장

이천후 앞에 놓인 문제는 분명했다. “하하, 선택할 필요도 없어. 넌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것 외엔 다른 길이 없다고.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민 장로님의 살진이 가진 위력을 네 따위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천태봉은 이천후를 바라보며 자만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무릎 꿇고 백 번 머리를 조아려. 그리고 얌전히 뒷마당을 넘겨. 그러면 네 목숨만큼은 살려주마.” 천태봉의 도발적인 말에 심명수도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후 님, 이제 한 걸음 앞으로 가시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면 살 기회가 주어져요. 천후 님은 귀하신 몸이니 절대 감정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됩니다.” 심명수는 진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이천후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자 그가 이 진법에 막힌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심명수는 이천후가 물러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하하...” 심명수의 당황한 모습을 본 천태봉은 더욱 신이 나서 큰 소리로 웃었다. 뻔뻔한 그의 표정에는 거만이 가득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처음엔 왜 그렇게 굴었어? 지금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너희는 그 오만함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거야! 민 장로님의 위력은 너희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심명수는 천태봉의 조롱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천후를 바라보며 그가 이 살진에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천후 님, 제발 한 발 물러나십시오! 제가 대신 벌을 받겠습니다. 머리 조아리는 것쯤이야 제가 하면 됩니다!” 충성심 가득한 심명수는 이 순간 이천후를 대신해 수모를 견딜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때 한참 심각하게 고민하던 이천후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심명수를 바라보았다. “무릎 꿇지 마요. 사나이는 하늘과 땅, 부모에게만 무릎을 꿇는 거예요!” 이천후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민 장로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그까짓 한 걸음, 당연히 나아가야지!” “좋아! 이 녀석, 네가 죽음을 자초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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