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0장
서라희는 잠시 망설였다. 이천후는 남자이고 더군다나 낯선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의 앞에서 화장실을 가야 한다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천후는 움직이지 않는 서라희를 보며 그녀가 왜 주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렇게 참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그는 단지 서라희의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마음뿐이었고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니면... 저 그냥 병원에 가볼까요? 의사한테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때요?”
서라희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천후는 어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을 가겠다니. 문제는 병원에 가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의사가 고충 독을 해독할 수 있다면 의사가 아니라 독술사라고 불렸을 것이다.
“그래요. 라희 씨가 원한다면 당장 병원에 데려다줄게요.”
이천후는 아주 쿨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그는 서라희와 특별히 친하지도 않았고 내일 그녀에게 부전을 군해로 보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지만 굳이 서라희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서라희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차가운 숨을 내쉬며 다시 장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 장유진은 서라희에게 크게 호통을 쳤다.
“지금 바로 천후 씨 말대로 해!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해. 오직 천후 씨만이 널 구할 수 있어! 의사가 고충 독을 해독할 수 있었으면 애초에 독술사가 왜 있겠어?”
서라희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이천후를 향해 간신히 말했다.
“화장실로 가죠, 천후 씨...”
이천후의 부축을 받아 서라희는 간신히 침대에서 내려 화장실로 향했다.
“치마를 내리고 변기에 앉아요.”
이천후의 말에 서라희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수치심에 두 볼이 붉게 달아올랐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라희 씨, 이건 치료를 위한 거예요.”
이천후는 부끄러워하는 서라희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사 앞에서 환자는 성별이 없다는 말 들어봤죠?”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확실히 의료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었다. 이 말 덕분에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함이 조금은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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