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6장
임은설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회사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렸고 이천후와 크게 다툰 데다가 이제는 가족들마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왜? 도대체 왜 날 속인 거예요?”
임은설은 미친 듯이 외쳤다.
“속이다니? 우리는 너를 속인 게 아니야. 그냥 좀 과장했을 뿐이지. 은설아, 설마 너 엄마가 진짜로 팔다리가 부러지길 바라는 건 아니지?”
임은설이 진실을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유미옥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언니, 설마 이모가 정말 다치길 바라는 건 아니지?”
천도희도 옆에서 거들었다.
“다들... 정말이지 미친 것 같아!”
임은설은 완전히 무너졌다. 왜 자신에게 이런 엄마가 있는 걸까. 이제야 이천후가 왜 계속 억울함을 토로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애초에 이천후가 때린 게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 전 그녀는 이천후에게 너무 심한 말을 해버렸고 그와 끝내겠다고 선언하며 진명춘에게 가겠다고 했던 것이다.
임은설은 깊이 후회하며 즉시 휴대폰을 꺼내 이천후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뻔뻔하게 그에게 사과하기 힘들었다.
“은설아, 얼른 준비해. 내가 곧 진명춘 도련님을 불러서 너희 혼사를 정할 거야.”
유미옥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 네가 약속했으니 이제는 물러설 수 없어.”
“그래요. 결혼해요. 그렇게 원한다면 엄마가 명춘 씨랑 결혼해요.”
임은설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 나쁜 계집애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 엄마 마흔이 넘었어. 어떻게 그런 농담을 할 수 있어? 네 아빠가 널 죽이려고 할 거야!”
유미옥은 눈을 부라렸다.
“하하.”
임은설은 가슴 속에 쌓인 분노와 함께 마음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 방 안의 온도를 몇 도나 떨어뜨린 것 같았다.
임은설은 이제 단 한 순간도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이곳에서 벗어나 빙붕산에 있는 다정했던 할머니를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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