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1장

“오해입니다! 저는 절대 그런 생각 안 했어요. 전부 다 조민희 씨가 꾸며낸 말이고 저를 모함하는 겁니다!” 이천후는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하지만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감히 만성 성녀에게 그런 의도를 품다니, 당연히 그들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이천후는 자신을 향한 냉랭한 시선을 느끼고 속으로 조민희를 잡아 졸라맬 생각까지 했다. ‘이 고약한 여자, 입만 열면 나한테 온 세상의 증오를 끌어다 퍼붓는군!’ 그러나 태연 성녀는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조민희를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이천후의 말을 듣자 곧바로 진실을 알아차렸다. “민희 성녀, 헛소리하지 마세요. 천후 씨는 정직한 사람입니다. 민희 성녀가 말한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태연 성녀는 차분히 말했다. 그러자 이천후는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성녀답네. 진실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고 있군.’ 그때 갑자기 거친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내 와이프 민희 어디 있어? 민희야!” 곧이어 머리에 용뿔이 난 건장한 청년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를 보자 조민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와이프?’ 그 우렁찬 목소리에 어두워진 조민희의 표정을 보고 이천후는 속으로 웃었다. ‘저 사람은 조민희의 숙적이겠지... 아니면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을 리가 없잖아.’ 조금 전 조민희가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것을 생각하자 이천후는 내심 통쾌해했다. 그러나 그가 미소를 머금은 것도 잠시, 아까 그 화가 난 시녀가 다시 이천후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이천후를 노려보며 채찍을 흔들어 보였다. “민희 성녀님 말이 맞아. 너 아까부터 수상쩍더라. 감히 우리 아가씨를 더럽히려 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이천후는 답답함에 머리를 감쌌다. ‘일개 시녀가 나를 모욕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야 참지. 정말 혼쭐을 내야 하나.’ “왜 그러는 거예요?” 이때 소지한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는 이천후의 앞에 서서 그 시녀를 차갑게 응시했다. “그쪽은 누구예요?” 소지한의 등장에 시녀는 순간 멍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