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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1장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불필요한 말조차 없었다. 현장은 숨이 멎을 듯한 침묵에 휩싸였고 모두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씨 가문의 한 자제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 “이... 이천후! 감히 우리 도련님을 죽이다니! 네가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그러나 이천후는 그 말을 한 청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심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천후! 너...” 그런데 그 청년이 뭔가 더 말하려던 찰나 나정호가 그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고 찰싹하는 따귀 소리와 함께 그 청년의 말은 억지로 삼켜졌다. “천후 군이 잘한 거야! 준서 녀석이 감히 대사님 앞에서 큰소리치다니, 제 명을 재촉했지. 천후 군,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면 말만 하게나. 내가 직접 나서서 준서의 시체를 갈갈이 찢어 개밥으로 던지겠으니까!” 나정호는 이천후의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가 충격에 빠져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천후가 나준서를 죽였는데 나정호가 박수를 치며 잘했다고 하다니. 이건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이때 오직 연태웅만이 냉소를 흘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교활한 여우 같은 놈. 나정호 저 자식, 머리가 돌아가긴 하는군. 오늘 천후 군을 건드렸다가는 나씨 가문 전체가 끝장날 수도 있다는 걸 아는 거지.’ 이천후는 그 누구보다 위험한 인물이었다. 대고역에는 우암 대사의 제자인 그를 위해 기꺼이 움직일 세력이 수두룩했다. “천후 군, 명령만 내려주게나. 내가 직접 처리할 테니. 자네의 마음만 풀 수 있다면 뭐든 하겠네!” 나정호는 칼을 집어 들고 나준서의 시체 앞으로 걸어갔고 실제로 시체를 훼손할 기세였다. 그러나 이천후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단호한 성격이긴 했지만 죽은 자를 모욕하는 짓까지는 할 만큼 잔혹하지 않았다. “너무 과한 행동은 삼가하세요. 애초에 나씨 가문에까지 화를 낼 생각은 없었습니다. 오늘 일은 이쯤에서 마무리합시다.” 이천후는 연씨 가문의 사람들을 한번 둘러본 뒤 담담히 말했다. “전에 나씨 가문이 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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