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2장
아니나 다를까 이천후의 시선이 문상엽에게 머무는 순간 그녀는 하얗고 가늘지만 힘 있는 손으로 옷깃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녀의 얼굴엔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문상엽은 엄연히 여성일 뿐만 아니라 신분 또한 매우 고귀했다. 그런데 수백 명의 남자들 앞에서 옷을 다 벗으라니? 차라리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럴 수는 없었다.
“우리는 혈상도를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인데 왜 옷까지 벗으라고 하는 거죠? 이건 인권 침해 아닌가요?”
누군가가 불만을 품고 소리쳤다.
“맞아요! 우리도 혈상도를 위해 힘을 보태러 왔는데 이렇게 대우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우린 죄수도 아닌데 말이죠!”
연이은 검문으로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쏟아졌다.
“옷 벗는 검사는 너무 굴욕적입니다. 절대 반대합니다!”
“맞아요. 이런 검사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배에 탄 순간부터 계속 검사만 했잖아요! 대체 몇 번을 더 할 셈입니까?”
한 남자가 주먹을 흔들며 고함쳤는데 몹시 화가 난 듯 눈빛도 매서웠다.
혈상도의 책임자는 냉랭한 눈빛으로 소란스러운 군중을 바라봤다. 마치 돼지나 개를 쳐다보는 듯한 그 눈빛에는 무관심과 살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순식간에 아래로 휘둘렀다.
탕. 탕. 탕.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무장을 갖춘 혈상도 부하들이 즉각 총구를 군중을 향해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총성이 울려 퍼졌고 앞줄에서 불만을 토로하던 열댓 명의 남자들이 무참히 총탄에 쓰러졌다.
그들의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고 피가 솟구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진한 피비린내가 바닷물의 비릿한 냄새와 섞여 온몸을 휘감았고 보는 이들은 역겨움을 느끼며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참상에 모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설마 혈상도가 이렇게 잔인하게 행동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끔찍한 광경은 현장을 압도했고 한순간에 모두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의가 없죠?”
혈상도의 책임자는 사람들을 비웃듯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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