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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1장

이천후는 잠시 멍하니 육연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피부는 더없이 맑고 매끄러워 보였고 윤기가 흘렀다. 그 생기 넘치는 모습은 마치 특별한 천재지보를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 다만 강렬한 냉기도 느껴졌다. 이 냉기는 그의 몸 안에 흐르는 마살의 기운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천후는 육연서의 상태를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눈처럼 희고 고운 손목을 가볍게 짚고 맥을 살폈다. 육연서는 속눈썹이 살짝 떨렸고 눈을 내리깔았다. 평소 그녀는 남성과 신체 접촉은커녕 가까이하는 것조차 피했다. 그러나 이천후가 진찰을 위해서 자신의 손목을 잡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억지로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이천후가 여전히 손목을 붙들고 있자 육연서는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속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이 사람이 지금 나를 이용하려는 건가...’ “됐습니다.” 육연서가 더는 참지 못하고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내기 직전 이천후가 드디어 손을 뗐다. “내 상태가 어떤가요?” 육연서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이천후는 맥을 짚기 전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그 말을 들은 육연서는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를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몇 분씩이나 맥을 짚어본 건 무슨 소용이죠?” “더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였죠.” 이천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 육연서의 얼굴이 더 어두워지려는 기색을 보이자 이천후는 얼른 말했다. “제가 성녀님 몸 상태를 조절해 드릴 수 있습니다.” “조절한다고요? 어떻게요?” 육연서는 그를 의심하면서도 은근히 기대에 찬 눈빛을 보였다. “침을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편안히 앉아서 손을 내미시면 됩니다.” 육연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을 시켜 치료 도구를 가져오게 했다. 이천후는 육연서의 맞은편에 앉아 도구를 꺼냈다. 그녀는 두 팔을 앞으로 내밀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헐렁한 긴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리자 눈처럼 흰 피부가 드러났다. 상자 안에는 얇은 은침 수십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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