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4장
그 말에 박경혜는 허리를 반쯤 숙였다가 황급히 다시 일으키며 얌전히 이천후 앞에 섰다. 키가 큰 그녀는 마치 곧게 뻗은 백합처럼 우아하게 서 있었다.
이천후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오늘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전에 심은주에게서 박경혜가 자신을 상대로 미인계를 쓰려고 한다는 경고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천후는 그녀가 수희를 이용하려고 할 줄은 예상 못 했다. 정말 우연이라기엔 참으로 기막힌 일이었다.
“수희 씨는 내 친구예요. 그런데 박경혜 씨는 어떻게 감히 수희 씨에게 그런 짓을 강요할 수 있습니까? 그런 짓을 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이천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박경혜의 두 눈을 꿰뚫어 보듯 바라보았다.
박경혜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다급히 변명하듯 말했다.
“이천후, 그건 오해야. 난 장태환이 네 친구를 건드릴 줄은 몰랐어. 게다가 아까 벌로 내가 이미 장태환을 죽였잖아. 그걸로 네 친구에게 사과했다고 생각해 줘.”
“내 친구에게 사과했다고요? 그럼 나한테는요?”
이천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미안해.”
박경혜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여 이천후에게 다시 사과했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녀의 눈빛에 억울함과 분노가 섞인 미묘한 감정이 스쳤다.
박경혜는 자존심이 하늘을 찌를 만큼 강한 여자였다. 특히 남자들에게 굴욕을 당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데 지금 이 상황은 그녀에게 있어 크나큰 치욕이었다.
하지만 문파의 임무를 위해서는 이를 악물고 굴욕을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 잠깐 비친 독기 어린 빛은 그녀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독왕경만 손에 넣으면 이천후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결심이 담긴 눈빛이었다.
박경혜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이천후는 그녀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세상 남자들을 한낱 먼지처럼 여기는 이 여자의 속셈이 뭔지 이천후는 꿰뚫고 있었다.
그는 박경혜의 오만함을 꺾어 놓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를 완전히 자신의 손아귀에 넣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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