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3장
이천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진선아는 마치 심장이 멎는 듯한 혼란에 휩싸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방금 벌어진 일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장면을 떠올리면 치욕스러워 차마 견딜 수 없었다.
‘제발 꿈이었으면...’
그녀는 모든 게 거짓말이길 간절히 바랐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이천후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고 진선아는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방 안은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오랜 침묵 끝에 이천후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꺼냈다.
“그... 저기...”
진선아는 고개를 돌리고 그를 보지 않았다.
“방금 있었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 대신 책임은 반드시 질게요.”
이천후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책임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어차피 우리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진선아는 마침내 고개를 돌렸지만 얼굴엔 차가운 냉기가 가득했다. 이전의 차갑고 고고한 분위기가 다시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휙.
그녀의 손이 번쩍 움직이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과일칼이 순식간에 이천후의 목에 닿았다.
“날 죽이려고요?”
이천후는 놀라지도 않고 차분히 말했다.
“내가 그쪽 몸을 침범한 건 사실이지만 나 덕분에 그쪽이 목숨을 건진 것도 사실이잖아요. 믿기 힘들다면 저기 봐요.”
그는 손가락으로 오태룡을 가리켰다. 오태룡은 얼굴의 각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혈관과 내장이 모두 타버린 상태였다. 그 처참한 모습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진선아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었다. 칼날은 여전히 이천후의 목에 닿아 있었지만 그녀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쪽과 마찬가지로 나도 피해자예요. 이 모든 건 오태룡 때문이에요.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놈의 시체에 화풀이 해요.”
이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진선아는 한숨을 길게 쉬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은 생기를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 도망칠 곳도 피할 길도 없는 운명 앞에 결국 굴복한 듯했다.
이 모든 상황을 벗어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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