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7화 무리한 요구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를 잘 알고 있기에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됐어, 두 번이든 세 번이든 다 비슷해.’
이렇게 생각하니 무거웠던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
박수혁의 통화 내용으로만 들었을 때, 이 결혼식은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
드디어 박수혁이 전화를 끊었다.
남유주가 기회를 틈타 말했다.
“결혼식 안 한다고 했잖아요? 근데 뭔 청첩장을 보내요?”
박수혁은 멈칫하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면 다들 내가 장난하는 줄 알아. 그깟 결혼식 하나 못 올리겠어? 다들 우리가 조용히 있길 바란다면 난 더 성대하게 할 거야.”
박수혁은 남유주의 어깨를 감싸며 물었다.
“어떤 결혼식을 원해? 얼마든지 성대하게 생각해도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있어!”
남유주는 담담하게 머리를 쓸어내렸다.
“정말요?”
“그럼, 말만 해.”
박수혁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그녀가 어떤 결혼식을 원하든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우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달에서 피로연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어요?”
박수혁은 말문이 막혔다.
차 안은 갑자기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몇 초의 정적이 흐르고, 갑자기 기사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박수혁은 기사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차 안은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박수혁은 전화 받기를 포기했다.
그는 어떻게 그녀에게 이 비현실적인 생각을 포기하라고 권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남유주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에 박수혁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지못해 눈썹을 문지르며 고개를 숙이더니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박수혁은 그녀에게 자기가 얼마나 가슴이 뛰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박수혁은 즐거움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남유주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진지할 필요가 있을까?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하는 결혼인데?’
플랫폼 통제가 잘 돼서 그런지 저녁이 되자 생방송이 가져온 부정적인 소식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물론, 강지민의 개인 정보도 더는 찾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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