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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5화 프러포즈

물론, 곽 감독은 핏기 없는 얼굴로 서 있었고, 이목구비가 잔뜩 구겨져 있었다. 또한 몇 초 동안 얼어붙어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박 대표님, 시간 잴 필요 없어요. 지금 갈 거예요. 지금 간다고요." 그는 서둘러 짐을 챙기고 와인바에서 뛰쳐나오면서 외쳤다. "갈게요... 갈게요..." 그제야 술집은 다시 평화로움을 찾았고, 남유주는 킥킥 웃기에 바빴다. "됐어요, 그 사람 갔어요. 이제 끊어요." 그녀가 수화기 너머의 박수혁에게 말했다. "잠깐만, 유주 씨! 어떤 색의 꽃을 좋아해?" "..."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침묵하다, 자신의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자 박수혁이 인내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다시 한번 물었다. "어떤 색깔의 꽃을 좋아해?" 남유주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설마 나한테 꽃을 선물해 주려고요? 맘대로 하세요. 길가에서 어떤 꽃을 팔지 모르잖아요."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지난번에 박수혁이 선물한 꽃은 길거리에서 노파의 꽃이 다 팔리지 않아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꽃을 사서 욕조에 넣어서 사용했다. 그들 사이에 꽃을 선물하는 것은 이제 적절하지 않고, 로맨스보다는 실용적인 것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했다. "..." 그는 가만히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기분이 갑자기 오르락내리락했다. '이게 다 곽 감독 때문이야, 그놈이 내 기분을 망쳤어!' 회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박수혁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단지 프러포즈 현장의 색상에 대해 물어봤을 뿐인데 박수혁의 굳은 표정을 보고 그들은 전전긍긍했다. "박 대표님, 사모님은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 화이트?" "재수 털려요." "핑크색은 어떠세요?" "별로예요." "와인색은요?" "딱딱해요." "파란색은 어떤가요?" "새롭지 않아요." 박수혁은 조바심이 난 얼굴로 하나하나 반박했다. 다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모두 일제히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했다. 모두들 하나같이 마음속으로 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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