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5화 여우짓
잠시 후, 강지민이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호영 씨가 참 인내심 있게 잘 가르치네요. 나도 좀 가르쳐 줄래요?”
손호영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선배님도 골프 칠 줄 몰라요?”
강지민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몰라요. 평소에는 남자들이 치는 걸 보고만 있었거든요.”
손호영은 조심스럽게 남유주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전혀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감을 좀 잡은 것 같아요. 혼자 연습하고 있을게요. 호영 씨는 지민님을 먼저 가르치고 있을래요?”
손호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강지민이 먼저 가까이 다가왔다.
“채는 어떻게 잡아야 해요? 이렇게요?”
그녀는 그렇게 손쉽게 손호영의 주의를 남유주에게서 자신에게로 가져왔다.
손호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강지민은 골프채를 든 채로 손호영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어느새 남유주의 존재감은 서서히 잊혀졌다.
손호영이 남유주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강지민이 그를 불러세웠다.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더라도 이상함을 눈치챌 정도였다.
처음 만났을 때 친절한 언니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녀의 다른 모습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남유주는 자신이 예민반응을 보인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설마 손호영을 마음에 두고 있는 걸까?
하지만 나이로 따지면 강지민이 다섯 살이나 많았다.
남유주는 골프채를 내려놓고 벤치로 가서 앉았다.
생수를 반 병 정도 마셨는데 감독과 박수혁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손호영에게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강지민은 그들의 대화에 낄 수도 없었다. 네티즌들은 그녀에게 호감을 보였지만 자본가는 그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아무도 자신을 신경 써 주지 않자 그녀도 벤치로 다가와서 앉았다.
강지민은 웃으며 남유주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한숨을 쉬었다.
“나 참 바보 같죠? 쉬운 것 하나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남유주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서툴기는 제가 더 서툰걸요!”
‘이 나이에 꼭 이러고 싶을까.’
여우를 상대하는 방법은 상대보다 더 심한 여우짓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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