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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진정 좀 할게

소은정의 갸느다란 손을 잡은 전동하의 손은 크고 따뜻했고 깊은 눈동자에는 단호함으로 가득했다. “은정 씨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거 알아요. 하지만 사람이 준 상처도 다른 사람을 통해서 잊는 거라고 하잖아요. 은정 씨 기억속에 남은 고통스러운 추억... 좋은 기억으로 덮어주고 싶어요. 제가 반했던 그 모습처럼... 은정 씨가 항상 당당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은정 씨를 위한 일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좋아요.” 소은정의 마음속에 조금의 따뜻함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 자체로도 큰 보람일 테니까. 한편, 아직 늦겨울임에도 소은정의 마음만은 봄이 된 듯 따뜻했다. 오직 그녀의 모습만 비친 전동하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소은정도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어쩌면 진작 걸어나왔어야 할지도 몰라. 새 인생을 시작해야지... 확실한 행복이 눈앞에 있는데 굳이 포기할 필요가 있을까? 그녀의 마음을 누르고 있던 돌멩이가 천천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박수혁 그 남자 때문에 평생 고통스러워할 수는 없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소은정의 모습에 전동하는 자신의 말에 그녀가 난처해진 걸까 싶어 살짝 실망한 얼굴로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갸늘지만 따뜻한 소은정의 손이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움찔하던 전동하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조금이라도 잘 못해 주면... 바로 차버릴 거예요.” 소은정이 싱긋 웃어 보였다. 이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한 발 다가서니까 이렇게 편한데... 뭘 그렇게 망설였나 몰라... 한참을 멍하니 있던 전동하의 눈동자가 기쁨으로 반짝였다. 항상 차분하던 전동하가 흥분하며 전동하의 손을 꼭 잡았다. “아...” 전동하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손에 힘을 꼭 주었고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제야 후다닥 손에 힘을 푼 전동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어루만졌다. “당... 당연히 잘해 줘야죠. 그러니까...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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