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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착각은 자유

비록 지금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박대한은 태한그룹에서 절대자나 마찬가지였다. 수십년 전 구멍가게 수준이었던 태한그룹을 대한민국 1위 그룹으로 키워낸 데는 박대한의 잔인한 수단도 한몫 했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박대한은 주주들은 권력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이며 이 바닥은 정글이나 다름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약한 성격의 아들 박봉원이 아닌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손자 박수혁을 후계자로 점찍었다. 박수혁의 경영수업도 박대한이 직접 진행했고 최고의 교육을 시킨 건 물론 이 세상의 잔인함을 가르쳐주기 위해 재벌이라면 다들 피하는 군대도 최전방으로 보낸 건 물론 용병 생활까지 하게 했다. 박수혁은 박대한이 일생을 담아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박수혁이 유학 생활을 마치고 오자마자 대표직을 넘기고 뒤로 물러섰지만 이사직은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태한그룹은 박대한의 인생이자 그에게 가장 빛나는 명예였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아꼈던 손자가 이제 머리 좀 컸다고 그를 회사에서 쫓아내려고 하고 있다. 그러니 화가 치밀 수밖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박대한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박수혁을 가리켰다. “이제 다 컸다 이거야? 여자 때문에 집안 망신을 시켜!” 하지만 박수혁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할아버지, 지금까지는 봐드렸지만 이번에는 선을 넘으셨어요. 이제는 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치고 돌아선 박수혁이 한 마디 덧붙였다. “물론 제 결정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절 대표직에서 끌어내셔도 됩니다.” “그럴 힘이 있으실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은 남겨둔 채 박수혁은 서재를 나섰다. 회사를 맡은 뒤로 박수혁은 박대한과의 친분만 믿은 채 일도 안 하고 회사의 돈만 긁어먹는 이사들부터 쳐냈다. 이제 태한그룹에 박대한의 편은 거의 없으니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꾹 참을 수밖에 없을 테지. 서재 문이 닫히고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우당탕탕 흘러나왔다. “이런 호로자식을 봤나! 누가 널 그 자리에 앉혀줬는데! 내가 아니었으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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