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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임기응변

그와 동시에 주변 환경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얼굴에도 각기 다른 변화가 생겼고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소은정은 피하지 않았다. 마치 기자 회견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두운 얼굴로 집중하고 있었다. “저와 박 사장님이 결혼했을 당시 본의 아니게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었었어요. 결혼 생활의 가장 추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건 자신의 체면을 깎는 일이긴 하나 상의를 거쳐 다시 친구로, 파트너로 지내기로 했어요. 이는 절대 후회될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은정이 질문에 답할 때 박수혁이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는 걸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두 주먹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힘줄이 다 보일 정도였다. 그녀는 두세 마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늘 기고만장하던 남자가 한 순간에 무너진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슬픔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안색이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 매번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그의 마음은 마치 칼로 도려내듯 아팠고 심지어 숨 쉬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가? 이 실패한 결혼을 다시 돌이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은 그뿐이었다. 너무도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그가 먼저 손을 놓으면 그녀가 더 멀리 갈까 봐, 혹은 그의 인생에서 영영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그 모습을 본 양예영은 지금이야말로 박수혁을 도울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예쁘장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전에도 이 매혹적인 얼굴로 한무리의 남자 중에서 감독과 결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기 있는 남자의 마음을 잡지 못해 결국에는 언론에 공개되고 말았는데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녀는 헛기침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은정 씨 저희와 신분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너무 젊어요. 연인은 다 친구나 파트너에서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비록 지금 이혼하여 원래의 신분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다시 만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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