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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눈 감아 봐

윗옷을 벗은 박수혁은 바지도 벗을까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 행여나 팬티 차림의 박수혁을 보고 소은정이 질색히여 도망이라도 치면 큰일이 아닌가. 윗옷을 벗은 박수혁은 거울에 자신의 몸매를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떡 벌어진 어깨, 곧게 뻗은 쇄골 탄탄한 가슴과 선명한 식스팩, 이 정도면 그 어떤 여자라도 흔들리겠지. 이때 박수혁의 귓가에 다시 오한진의 말이 울려 퍼졌다. “대표님 그 좋은 몸매 가만히 두고만 계실 겁니까? 가지고 계신 조건은 충분히 이용하셔야죠. 그리고 그 몸매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샤워, 게다가 지금 대표님은 거동까지 불편하시니 최적의 기회라고 볼 수 있죠. 오늘 은정 대표님이 조금이라도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신다면... 절반은 성공하신 겁니다.” 박수혁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왠지 모를 긴장감에 박수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 은정아. 나 안에 있으니까 들어와.” 박수혁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박수혁, 너 천하의 박수혁이잖아. 떨지 마. “느끼하게 쳐다보지 마시고 눈은 감고 계세요. 은정 대표님이 마음껏 대표님의 몸매를 감상할 수 있게요...” 오한진의 말을 떠올리며 박수혁은 두 눈을 스르륵 담았다. 문이 닫히고 곧 물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물 온도를 적당하게 맞추고 물이 다리에 튀지 않도록 담요까지 다리에 덮어주는 등 다정한 손길에 박수혁의 숨결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바디워시를 묻힌 샤워볼이 몸에 닿자 박수혁의 몸은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샤워볼로 등, 팔을 닦아내는 손길은 너무나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후덥지근한 욕실, 귓가에 들리는 건 두 사람의 숨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뿐이었다. 그렇게 손길을 즐기던 박수혁은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핀잔을 주든 불평을 하든 무슨 말이라도 했을 텐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박수혁은 다시 오한진의 말을 떠올렸다. “아마 은정 대표님도 긴장하셔서 이런저런 핑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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