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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형수님이라고 불러

소은정의 방,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한 방에서 눈을 뜬 소은정이 상황 파악을 끝내기도 전에 소은해의 오버스러운 목소리가 귀를 찔렀다. “은정아!” 그 소리에 귀가 웅웅거렸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푸른 하늘에 걸린 흰 구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조용한 파도 소리... 모든 게 현실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붕대를 칭칭 감은 두 손, 코끝을 자극하는 소독수 냄새... 절경인 바깥세상과 다른 현실을 인지한 소은정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살았구나. “은정아, 난 정말 네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뭐든 말만 해! 오빠가 다 사줄게!” 턱 끝까지 내려온 다스서클과 까칠한 수염. 항상 완벽한 자기관리를 자랑하던 소은해였지만 지금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팠지만 괜히 농담을 던지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한두 푼으로 안 끝날 거니까 각오해.” 소은해가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누군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 “은정아...” 박수혁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헬리콥터에서 내려오는 박수혁의 모습... 너무 비현실적이라 죽기 전 마지막 환상이라도 보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었다니. 그리고 그 해적들 틈에서 어떻게 그녀를 구한 걸까? 수많은 질문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정작 밖으로 나온 말은 형식적인 인사의 말뿐이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큰 신세 졌네.” 소은정의 말에 그녀를 향해 뻗으려던 박수혁의 손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움직임을 멈추었다. 은정이에게 난... 아제 남보다 못한 존재인 건가? 눈동자에 실망감이 스쳐지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갔다. “뭐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배고프진 않아?” “어, 괜찮아.” 예상치 못한 박수혁의 태도에 소은정의 형식적인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박수혁에게 대답한 그녀는 바로 고개를 돌려 소은해에게 말했다. “오빠, 나 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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