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화 소심한 여우
문 밖에서 기다리던 성강희는 무사히 나온 소은정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네가 납치라도 당한 줄 알았잖아. 뭐, 이 세상에 널 납치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소은정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걸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녀는 실없는 농담을 내뱉는 성강희를 평소처럼 흘겨본 뒤 우아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언니, 수혁 씨... 괜찮은 거지?”
그녀의 뒤를 따라온 심채린이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소은정은 고개를 들어 심채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렇게 얕은 수로 박수혁을 꼬시겠다고 달려들다니.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차라리 당당하게 마음을 밝혔다면 그 솔직함을 인정해줬을 텐데. 착한 척 약한 척하는 심채린의 모습이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소은정은 턱으로 방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궁금하면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아... 아니야...”
심채린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소은정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속마음을 숨길 수 있는 자신의 모습에 감탄했다. 한편 성강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심채린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소은정에게 사촌동생이 있었나? 그런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성강희는 심채린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대놓고 물었다.
“그런데 사촌 동생이라면서 왜 심채린이야? 소씨여야 하는 거 아닌가?”
성강희의 지적에 심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은정이 모든 걸 밝히면 어떡하나 싶어 소은정의 눈치를 살폈다.
“우리 숙모 딸이야.”
소은정은 대충 둘러댄 뒤 계단을 내려갔다.
상간녀니, 사생아니, 사정을 구구절절 밝히는 것도 귀찮았고 말해봤자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성강희도 고개를 끄덕인 뒤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사실 소은정 말고 다른 여자에게는 관심도 없는 그녀였으니까.
혼자 남겨진 심채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멀어져가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도 소씨 성을 이어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 심청하가 몇 번이나 소찬학에게 이 얘기를 떠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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