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45화 한 달만 기다려줘
민하준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유라에게 다가갔으며 마음속의 절망과 발버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하얗게 질린 한유라의 입술과 흐트러진 웨이터 복장을 보며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한유라는 이제 절대 그를 떠나지 않겠다고 그녀 입으로 약속했기에 민하준은 그녀가 한 달 뒤에도 그 약속을 지켜주길 바랐다.
민하준이 한유라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보이자 한유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편안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우리 이제 가도 돼? 나 이곳이 너무 싫어. 앞으로 다시는 안 올 거야.”
민하준은 오랜 노력 끝에 겨우 그녀의 웃음과 다정한 말투를 되찾았는데 이제 그녀는 다시 그를 뼛속까지 원망하고 미워할 것이다.
한유라가 민하준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민하준은 자리에서 굳은 채로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그는 미안하고 잔인한 눈빛으로 한유라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한유라는 그제야 모든 걸 깨달은 듯, 입가의 웃음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한유라는 순진하게 민하준이 절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녀의 인생을 망친 이 남자에게 또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한유라는 민하준을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면서 뒷걸음질 쳤으며 물건처럼 다른 사람에게 쉽게 팔린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마음이 약해진 민하준은 그런 한유라를 보며 자신의 결정이 후회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선택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영원히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바둑알이 아니라 바둑을 두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며 그래야만 앞으로 그의 사람을 빼앗기는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에 일단은 한유라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결정을 바꿀 수는 없기에 민하준은 마음속으로 잠시 발버둥을 치다가 이내 평온해졌다.
그는 한유라에게 다가가 그녀를 꽉 껴안았으며 발버둥 치는 그녀의 허리를 꽉 잡으며 말했다.
“유라야, 날 믿어줘. 난 너에게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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