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26화 미워한 적 없어
문기훈은 문상아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혐오스러워 미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행히 하늘이 도왔는지 네 엄마가 일찍 죽었지. 그 일이 없었으면 내가 널 데려오고 싶어서 데려왔는 줄 아니? 난 한 번도 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어. 어차피 나는 신경도 쓰지 않았으니까. 나한테 딸은 설아뿐이야. 우리가 널 키워준 건 설아가 혼자 외로울까 봐 둘이 친구나 하라고 키워준 거라고. 넌 원래 존재해서는 안 될 아이야. 애초에 네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오늘 같은 일도 없었어!”
문기훈은 똥 씹은 얼굴로 오랜 시간 감췄던 자신의 과거를 다 들추어냈다.
죄 없는 아이에게 상처가 될 말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가정이 떠안은 상처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뭘 잘못했을까?
문기훈은 유문정을 사랑했다. 하지만 하룻밤의 실수 때문에 그들은 평생을 괴로워했다.
문상아는 계단에 서서 계단 손잡이를 꽉 잡았다. 손가락마저 하얗게 질리고 손에 땀이 났다.
그녀는 자신이 이 집에서 정말 괴리감이 드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자신을 싫어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문설아만 챙기고 예뻐하는 유문정이 싫었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모두의 사랑을 받는 문설아도 싫었다.
그녀는 줄곧 문기훈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대놓고 자신에게 애정을 드러내지 않을 뿐, 그래도 속으로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문기훈도 그녀를 불필요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문기훈이 그녀에게 잘해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매일 회사일로 바빴다. 그래도 돌아오면 가장 먼저 문설아의 숙제를 점검했다.
문상아는 항상 만점 시험지를 가져왔지만 그걸 볼 때마다 심드렁하게 고개만 끄덕여 줄 뿐이었다.
문설아는 태어나서부터 빛이 나고 사랑을 받는 존재였고 문상아는 항상 그녀의 그늘에 갇혀 살았다.
문설아는 공부도 못하고 장난도 심해서 사고도 많이 쳤지만 그런 건 하나도 상관없었다.
귀족 가문에서 누가 성적을 신경 쓸까?
문상아는 태어날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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