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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2화 사과하러 왔어

전동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일 아닌가요?” 소은정과 김하늘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미 알고 있었어요?” 요즘은 드라마에도 이런 막장은 잘 안 나오는데? 전동하는 여유롭게 우회전하고 속도를 줄이며 대답했다. “이상준 씨가 문상아 씨를 파트너로 데리고 미팅 장소에 나왔을 때부터 문설아 씨가 이 일을 알게 되는 건 시간 문제였죠. 이게 뭐 희한한 일인가요? 문설아 씨가 눈치 채지 못한 건 너무 사람을 쉽게 믿는 성격 때문이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을 통하지 않고 처제와 가깝게 지내는 남편한테 경고라도 한마디 했을걸요?” 전동하의 말이 끝나자 차 안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차 안에서는 은은한 말리꽃 향이 났다. 소은정이 전동하를 위해 추천한 차량용 디퓨저 향이었다. 아주 편안한 향기였다. 소은정은 김하늘과 시선을 맞추었다. 우리가 일을 너무 크게 생각한 걸까? 한편, 문설아의 집. 누군가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문설아는 나갔던 소은정과 김하늘이 돌아간 줄 알고 다급히 가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 이상준이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표정이 급격하게 식었다. “여긴 왜 왔어요?” 이상준은 멈칫하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과하러 왔어.” 그가 여기로 오기 전까지 문기훈과 유문정에게서 수차례나 전화가 왔었다. 사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고 애초에 책임질만한 일은 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이혼하면 이상준 측은 손해가 별로 없지만 오히려 문씨 가문에서 타격을 입게 될 상황이었다. 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이대로 이혼하거나 문설아가 사과하는 일. 이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록 처음에는 좋아서 결혼한 게 아니지만 그녀와 같이 지내다 보니 그가 아는 재벌집 아가씨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상류사회의 고정적인 틀에서 교육받고 자란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순수하고 착했으며 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고 믿었다. 그녀는 표정을 숨길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돈을 위해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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