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24화 남자의 불안
방은 소은정이 예전에 쓰던 방이었다. 전동하도 소은정을 따라 이곳에 자주 왔었기에 익숙했다.
소은해는 미리 청소해둔 방에 짐을 옮겨놓았다. 소은정이 평소 좋아하는 디퓨저를 가져다 놓아 방 안에서는 청아한 향기가 풍겼다.
전동하는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은 뒤,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배 안 고파요?”
소은정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요?”
소은정은 또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약간 절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요. 불안해서 미치겠어요.”
그는 혹시라도 소은정이 자신을 떠날까 봐 불안해 하고 있었다.
항상 보이던 자신감은 그녀가 그를 신뢰하고 있었기에 보일 수 있었다.
소은정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우린 어떻게 만났어요?”
전동하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젖히고 한숨을 쉬었다.
“기억상실이 일시적이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난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걸요. 좀 꿈만 같아요.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남편과 아이가 생겼어요. 너무 신기하잖아요!”
전동하는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부드럽게 말했다.
“은정 씨가 불안감을 느끼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게 현실 맞아요. 비록 은정 씨는 나를 잊어서 조금 슬프지만 안 좋은 기억도 같이 잊었다면 나쁘지만은 않죠.”
“안 좋은 기억이요?”
소은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원하는 건 모두 가졌다. 그런 그녀에게 안 좋은 기억이라니?
전동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고요.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다고 했죠?”
그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그녀에게 박수혁이라는 존재를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그는 그녀가 그 사람을 완전히 잊기를 바랐다.
안 그러면 그녀는 또 한번 아픈 기억을 더듬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건 너무 잔인했다.
소은정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만난 남자는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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