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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2화 오해라니까요

심강열의 말에 조금 전까지 걱정이 많았던 한유라의 모친은 드디어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그녀는 여태 한유라가 기획실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고 낙하산 신분 때문에 회사 직원들이 불만이 많을까 봐 걱정했었다. 그런데 심강열의 말을 듣자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다.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라고 하니 더 걱정할 것 없었다. 하지만 한유라는 조금 부끄러워져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무슨 거짓말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해? 내가 해달라고 해서 해준 건데 뭘 저렇게 당당하게 말해?’ 게다가 임원회의 때 사람들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만장일치로 통과한 게 아니라 심강열이 반대 의견을 받지 않았기에 통과할 수 있었던 건데. 하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았다. 한유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심강열을 바라보았다. 말을 마친 심강열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유라는 그를 향해 눈을 찡긋했고 그 모습을 본 심강열은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다시 장모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포착한 하시율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둘 사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아 보였다. 집안에서 추진한 결혼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여느 연인들보다 더 사이가 좋아 보였다. 심강열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외식을 제안했다. 원래대로면 오후에 미팅이 있었지만 장모가 방문했는데 성의 없이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 미팅도 다음으로 미뤘다. 한 가족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마쳤다. 한유라가 있는 자리는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저녁 아홉 시, 한유라의 모친은 노래방에 가자는 딸의 제안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하시율은 못내 아쉬워하며 한유라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강열이 저 놈이 섭섭하게 하면 때려도 돼. 절대 간섭하지 않을게. 심심하면 나한테 연락하고. 알았지?” 한유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님. 어머니는 이 가문에서 저랑 가장 대화가 잘 통하는 분인 것 같아요. 어머님 아니었으면 강열 씨랑 사이 좋게 지낼 수도 없었을 거예요!” 심강열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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