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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도망칠 구멍

하지만 다시 차갑게 굳은 표정의 박수혁이 말했다. “정보에 착오는 없을 겁니다. 애초에 진짜 도혁이 누구인지 저쪽에서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어요. 그렇게 한 명은 빠져나간 거고 한 명은 지금 저기 잡혀있는 거죠.” 박수혁의 말을 들을 수록 국정원 직원의 입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렇게 될 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젠장.’ 하지만 공작 요원답게 상대도 바로 이성을 되찾았다. “같은 항공편으로 들어온 사람들 전부 신상 조사 해보겠습니다.” 박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도혁도 분명 같은 비행기로 들어왔을 거야.’ 진짜 도혁이 소은정을 납치했을 걸 생각하니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박수혁이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직원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박 대표님, 안진 말입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만나보시지 않겠습니까?” ‘짧은 시간 안에 저 안에 잡힌 자가 도혁이 아니라는 걸 알아냈어. 박수혁 대표라면 안진의 입을 열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박수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안진은 애초에 내 계획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 전혀 몰랐으니 그렇게 쉽게 함정에 빠진 거겠지... 그 상황에서 은정이를 납치할 계획 같은 걸 세웠을 리가 없어.’ 한편 소은정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 세 남자의 속이 타들어가든 말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새카맣던 하늘 한쪽이 조금씩 밝아지더니 곧 찬란한 햇살이 구름층을 뚫고 대지를 비추었다. 손발이 모두 묶인 채 덜컹거리는 차에 앉아 한참을 이동한 소은정이 부스스 눈을 떴다. ‘윽, 온몸이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네.’ 겨우 정신을 차린 소은정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컨테이너 같은 공간, 비릿한 냄새가 소은정의 코를 찌르고 순간 속이 울렁거렸지만 테이프가 입을 막은 터라 구토 조차 할 수 없었다.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가...’ 소은정은 욱신거리는 머리를 애써 굴려보았다. ‘동하 씨랑 영화를 봤었고 유라랑 통화를 했었지... 그리고 수상한 남자가 길을 물어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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