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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8화 그 사람이 아니야

박수혁의 질문에 도혁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저 창문 너머 국정원 직원들이 이 대화를 지켜보고 있을 터.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아지는 법. ‘저 자식들에게 빌미를 잡힐 수야 없지.’ 잠깐 동안의 침묵 끝에 도혁이 피식 웃었다. “하긴. 난 억울합니다. 난 그쪽들이 말하는 도혁이라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아무리 국정원이라지만 대한민국 국적도 아닌 사람을 이렇게 체포하고 감금해도 되는 겁니까? 증거도 없이 체포해 봤자 48시간 뒤면 풀어줘야 하는 거 아시죠? 어디 누가 이기나 해봅시다.” 도혁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박수혁을 도발했다. 너 따위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에 박수혁의 살의가 일렁였다. 잠깐 감정을 추스린 박수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총까지 쏴놓고 뭐? 증거가 없어요? 당신이 도혁이든 아니든 처벌은 받게 되어 있습니다.” 순간 표정이 굳은 도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박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그딴 말로 내가 겁이라도 먹을 것 같아요? 곧 내 변호사가 도착할 겁니다. 여기서 나가면... 당신 절대 가만히 안 둬요.” 이에 박수혁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직도 여기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지금 당신...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여긴 내 구역입니다.” 자신만만한 박수혁의 목소리에 도혁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이때 벌떡 일어선 박수혁이 도혁을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그의 눈빛이 얼음 비수처럼 도혁의 양심을 찔러댔다. “진짜 도혁은 도망칠 수 있을지 몰라도 넌 안 돼.” 순간 몸을 움찔하던 “도혁”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박수혁...” 상대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피식 차가운 웃음만을 남겨준 박수혁이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취조실을 나서려 했다. 박수혁이 문고리에 손을 댄 순간, 도혁의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 “네가 날 잡아둘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죽으면 넌 무사할 것 같냐고. 착각하지 마...” 도혁의 협박에 멈칫하던 박수혁이 조금 어색한 뒷모습으로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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