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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결혼과 이혼

“그럼 저도 더 고민할 게 없겠네요. 전 대표와 만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본인 입으로 직접 듣지 않고서는 안심이 되지 않아서요.” 소은정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언제부터 그렇게 소심한 성격이 되셨어요?” 허지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교훈이죠.” 그가 돌아서려는데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윤시라 씨한테서 많은 걸 배웠나 봅니다.” 비아냥거리는 말투였다. 허지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눈치 빠른 그가 그 말의 의미를 못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 처음부터 그녀는 그와 윤시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모른 척했지만 그녀는 서서히 허지호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 그가 양심의 가책을 내려놓은 시점에 과거 얘기를 꺼내면서 그를 아주 비겁하고 파렴치한 놈으로 몰아갔다. 허지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창백해진 얼굴로 걸음을 돌렸다. 침묵은 그가 유일하게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실례했네요. 이만 가볼게요.” 이 방에 들어올 때의 거만함과 방탕함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우연준조차 그의 극명한 변화에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소은정에게 한방 먹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통쾌하기도 했다. 그는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의상실 사람들을 안내했다. “대표님, 오늘 어르신 생신잔치에 입고 갈 드레스를 가져왔습니다. 액세서리는 본가에서 가져온 건데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소은정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느긋하게 말했다.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일단 거기 두세요.” 우연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사람들을 시켜 물건을 휴게실로 가져다 놓고 밖으로 나갔다. 점심 때가 다 되어갈 때쯤, 소은호가 그녀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소은정의 맞은편에 앉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제 안 나왔다고 이렇게까지 눈치 줄 일인가?’ “오빠, 어디 아파?” 소은호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전동하가 돌아왔다면서 왜 우리한테는 아무 말도 안 했어?” “그 사람 스케줄을 왜 오빠들한테 일일이 보고해?” 소은정은 가슴이 뜨끔했지만 아무 일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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