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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화 양아치

소은해가 혀를 끌끌 찼다. “뭘 하든 너보단 더 재미있었겠지. 그런데... 두 사람이 너무 열심히 사니까 내가 너무 양아치 같네.” 그제야 고개를 든 소은호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아치 맞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래?” 머쓱한 표정으로 코를 만지작거리던 소은해가 돌아섰다. “됐어. 나 잘 거야.” 계단을 몇 개쯤 올라가던 그가 흠칫하더니 소은정을 향해 눈을 찡긋거렸다. 왜 저래? 하지만 그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소은정은 계속 소은호와 업무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책상 위에 올려둔 소은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와이프” 발신인을 확인한 그가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그 뒤로 이어지는 통화에서 소은호는 거의 대답만 하는 수준이었지만 입가에 피어오른 미소와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행복감이 소은정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들었다. 오빠가 저런 표정을 짓게 될 거란 걸 어떻게 알았겠어...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 통화를 마친 소은호는 바로 소은정과 회의를 계속하고 약 10분 뒤. 시계를 힐끗 바라보던 그가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새언니가 나더러 밤 새지 말고 일찍 자라더라. 얼른 나가.” 서재를 나서던 소은호가 한 마디 덧붙였다. “아, 파일 정리하고 나가라.”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서는 소은호의 모습에 소은정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새언니 말은 더럽게 잘 듣네... 워커홀릭인 오빠가 이렇게 쉽게 일을 내려놓는다고? 사랑이 무섭긴 무섭다... 소은호의 그림자가 복도를 사라질 때에야 정신을 차린 소은정은 파일을 정리하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컨디션으로 서재를 나섰다. 방으로 걸어가던 그녀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몇 분 전 소은해에게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내가 바로 지원군 보내줄게.” 그리고 한시연에게 전화를 건 통화기록 캡처까지... 오빠가 새언니한테 연락한 거였어? 소은해... 간만에 좋은 일 했네. 다음 날. 소은정에게서 약속 장소를 문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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