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4화 기억이 안 나
하지만 각목 따위로 철제 문이 열릴 리가 없었고 오히려 벌어진 문틈 사이로 연기가 더 밀려들 뿐이었다.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각목을 내리치는 소은정의 팔도 힘이 점점 떨어졌지만 소은정은 벽에 기댄 채 발악을 멈추지 않았다.
휴대폰도 여전히 먹통...
이런 절망감은 진짜 오랜만이네... 이대로 죽으면 안 되는데...
“그렇게나 오래? 우리 은정이 바보 된 건 아니겠죠?”
잠시 후, 이때 환청처럼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의 정신이 다시 돌아오는 듯했다.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소리야. 너 정말...!”
“아빠, 나 지금 얘 때문에 열 몇 시간 동안 비행기 타고 날아왔어요. 안아주지는 못할 망정... 진짜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저리 꺼져. 징그럽게 얘가 왜 이래.”
평소처럼 투닥거리는 시끌벅적한 가족들의 목소리가 마치 거대한 힘처럼 깊은 심연으로 빠지려는 그녀를 확 끌어당겼다.
“헉!”
겨우 정신을 차린 소은정의 눈 틈 사이로 맑은 햇살과 창문 사이로 하늘거리는 나뭇가지가 보였다.
갑작스러운 빛에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은 소은정이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움찔거렸지만 누군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어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안전한 상황은 맞는 것 같은데... 누구지?
다시 눈을 뜬 그녀의 시야에 정신을 잃는 마지막 순간 가장 그리웠던 남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녀의 모습을 1초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 그의 모습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푸르스름한 수염이 자란 까칠한 턱과 눈 아래를 채운 다크서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으음...”
소은정의 목소리에 흠칫하던 전동하의 눈동자에 드디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가 물었다.
“깬 거예요? 은정 씨, 내 얼굴 알아보겠어요?”
미간을 찌푸린 소은정은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목과 입안이 바싹 말라 도저히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 전동하가 벌떡 일어섰다.
“의... 의사선생님!”
아니... 그냥 물이라도 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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