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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이게 어떻게 안 웃겨? 하지만 고은숙은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비록 정가현이 얄밉지만 박세율은 더 원망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는 꼴은 절대 볼 수 없다. “그렇게 거슬려요?” 헝클어진 머리에 눈도 뻘겋게 달아오른 여자가 저리 오만하게 웃으니 마치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귀신처럼 오싹했다. 박세율은 마음을 다잡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럼,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좋아요. 말할게요.’ 그녀는 씩 웃더니 수화기에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여자 보통 여자 아니에요. 정면으로 싸우면 오히려 손해 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여자 한 번 갔다 온 돌싱이에요. 어쩌면 그게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죠?” 박세율은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래, 넌 걱정하지 마. 네 원한도 내가 같이 싹 다 해결할게.” 말을 끝낸 박세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은숙의 입가에는 광적인 웃음이 번졌다. 아쉽네, 두 사람의 수라장을 직접 보지 못한다니. 경찰서에서 나온 뒤 박세율은 다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정가현의 전남편이 누군지 상세하게 알아봐. 최대한 빨리.” 30분 뒤, 그녀의 휴대폰으로 파일 하나가 전송되었다. 파일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찌푸렸던 미간은 점점 평탄해지더니 누군가의 이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꼬리를 올렸다. “모, 지, 영?” ...... 변성건설, 회장 사무실. 변서준은 두 눈을 감은 채 관자놀이를 주무르고 있었고 윤태진은 그 앞에 공손히 서서 본가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제께 한 번 난리를 부렸었지만 경비들이 놔주지 않았어요. 요즘은 오히려 너무 조용해요. 모지영 씨에게 몇 번 전화했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의를 그는 윤태진의 마지막 말에 변서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왜 안 받았지?” 두 여자는 평소 사이가 좋아 워낙 전화도 자주 주고받았다. 그런데 정가현이 한 번 소란을 피운 후로 모지영은 한 번도 그의 앞에서 변서아를 언급한 적 없다. 변서준이 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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