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6장

통화를 마치고 땅에 발을 딛자마자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어젯 밤의 신서찬은 정말이지 오래동안 굶주린 맹수가 따로 없었고 거의 동이 틀 때까지 유가현을 못 살게 굴었었다. 반면 신서찬은 얼굴에 윤기가 감도는 것이 생기와 활력이 그득 넘치고 있었다. 이래서 체력 차이 무시 못 한다니까! 그 사이 남자가 뒤에서 백허그를 하고는 머리를 어깨에 기댄 채 물었다. “나가는 거야?” “응.” “아침은 먹고 갈거지?” “아니, 급하니까 얼른 병원 가봐야 돼.” 유가현이 말하는 와중에 잽싸게 외출복으로 갈아 입었다. “내가 도와줄까?” “됐어, 큰일도 아닌데 뭐.” 벌써 방문을 나가려 하는 그녀를 품에 끌어당긴 신서찬이 턱을 탁 잡고는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 “자기야, 이젠 자기 혼자가 아니니까 곁에 있는 사람 잘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해!” ‘이용’이라는 단어에 유난히도 힘을 준 신서찬이 입꼬리를 스윽 올렸다. 숨겨진 뜻을 눈치챈 유가현이 얼굴을 발그스레 붉히면서 모르는 척을 시전했다. “알겠어, 혼자선 안 될것 같으면 오빠 찾을게.” 신서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메이크업을 마친 유가현이 곧장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원 입구엔 벌써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다행히 경비가 삼엄한 주차장 입구엔 대형 언론사 기자 몇 명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효정의 상태는 어제보단 나아 보였지만 여전히 초췌하다. “이거 봐봐.” 유가현이 어젯밤 허시완이 쓴 사과문을 보여주자 순식간에 눈물을 터뜨린 주효정이 심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부성 보육원에서의 유일한 친구였던 주효정의 이런 모습을 보니 유가현 역시 가슴이 아파왔다. “효정아, 허시완은 지금 온스 엔터 간판 스타인데다 집안 조건도 좋아. 겨우 바람 핀 거로는 턱도 없어, 얼굴 보고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서 다들 어떻게든 덮어주려고 안달이거든. 이번 기회로 연예계에서 쫓아내려면 뭔가 더 큰 한 방이 필요해.” 유가현이 휴지를 건네주며 계속해 말했다. “너만 원한다면 내가 최선을 다해서 그 두 사람 백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