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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다음 날 아침. 고은숙은 차를 몰고 에너지 넘치게 회사에 출근했다. 회의 시작 전 마침 고은숙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게 된 정가현은 참지 못하고 그녀를 조롱했다. “어머, 어젯밤 잘 주무셨나 보네요? 얼굴 때깔이 아주~” 고은숙은 경멸의 눈빛으로 정가현을 바라보며 받아쳤다. “그럼요. 부장님보다 잘 잤죠. 근데 부장님은...... 밤새우셨어요?” 고은숙은 어젯밤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약을 먹었으니 두 사람은 반드시 이년을 즐겼을 것이고, 그런데 하필 변 회장님이 나타나 두 사람은 현행범으로 잡혀간 거겠지? 그래서 영상을 보내지 못한 거였네. 그녀는 자기의 논리가 아주 정확하다고 확신한 듯 정가현에게 하찮은 눈빛을 보냈다.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턱을 치켜들고 정가현에게 다가가 조롱했다. “부장님, 만약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난 부장님이 아주 맘에 든단 말이에요. 근데 아쉽게도 그 자리 곧 잃게 생겼어요. 앞으로는 함께 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가현은 웃음을 터뜨리며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정가현은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나갔다. 고은숙은 여전히 도도한 그녀의 뒷모습에 잇몸이 근질거렸다. “이따가 어떻게 통곡할지 궁금한데?” 엔젤은 매달 총회가 열리는데 주로 각 프로젝트 팀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는 자리이다. 부장 직급 이상은 모두 앞쪽 좌석에 앉고 고은숙 같은 차장 이하는 뒤쪽 좌석에 자리했는데 두 여자 사이에는 5명이 떨어져 있다. 회사 고층 임원들도 하나둘 자리에 앉았고 마지막으로 유한진까지 도착하자 회의는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각 부서 부장들의 발언에 고은숙은 지겨웠지만 다행히 곧 정가현의 차례가 다가온다. 그녀는 주먹을 부여잡고 흥분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데...... 장내를 아무리 훑어도 익숙한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 남자의 자리조차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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