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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장

머리 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서준 오빠? 이 단어를 가현이의 입에서 들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한때 변서준이었던 그를 부르고 있는걸까? 그렇다면 이건 적어도 손톰만큼의 감정은 남아있다는 반증이 될지도 모를텐데. 뒤틀린 속을 안은채 한참을 망설이던 신서찬이 결국 용기내 입을 열었다. “가현아, 나 사실......” 말을 하기도 전에 누워있던 유가현이 앙칼지게 그의 소매자락을 끌어당겼다. “변서준! 또 나한테 거짓말 하기만 해봐! 내가 관에서 네 시체 파내서 채찍 300대 때릴거니까!” 독하네...... 입가를 맴돌던 말을 결국 다시 삼켜버리는 신서찬이다.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깊은 상념에 빠졌다. 가현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저 전남편으로서 하소연할때나 방패막으로 씌여진다는것도. 만약 가현이가 어마무시한 거짓말들로 자길 속였다는걸 알면 영원히 등을 돌려버리겠지? 묵묵히 단잠에 빠져있는 가현이를 바라봤다. 이 결혼을 위해 여간 공을 들였던게 아니다. 평생 가장 후회하는게 바로 이혼을 선포했던 그 날이었고 다시는 가현이를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 사실을 밝히면 일이 더 꼬이게 되니 차라리 변서준은 영원히 죽었다고 여기게 하는 편이 나았다. 그럼 신서찬의 신분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할수 있으니까! 유가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얼굴을 잔뜩 찡그린채 불안정한 상태로 잠들어 있었다.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미간을 펴준 신서찬은 유가현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춘뒤 얼굴과 손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자신은 작은 소파에 웅크려 잠을 청했다. ...... 어찌저찌 하룻밤이 지나고 신서찬은 문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유가현을 위해 조심스레 밖으로 나오는 신서찬이다. 방 앞에서 기다리던 이수가 눈웃음을 지으며 엄지 손가락 두개를 맞붙여 보였다. “도려님, 어젯밤엔 아가씨와 어떻게 잘 되셨는지......” 신서찬이 서늘한 표정을 하곤 화제를 바꿔버렸다. “아가씨 깨면 할아버지랑 아침 식사하고 가시라고 해요. 싫다고 하면 강요하진 마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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