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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그러자 정원에는 단지 두 여자의 애처롭고 나지막한 소리만 들릴 뿐이다. 이때 정가현의 괴롭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저 보석 훔쳤다고 거짓말하고 변성건설 주식 빼앗아 갔던 거 기억하시죠? 어차피 여길 다 깨부쉈으니까 그걸로 퉁쳐요. 근데 비 오는 날 저 밖에서 무릎 꿇렸잖아요. 그건 오늘 천천히 따져볼까요?” 그녀의 눈짓에 경호원은 뒤에서 변서아의 무릎을 툭 찼고 변서아는 그대로 자갈밭에 무릎을 꿇었다. 우스운 건 무릎이 깨지는 것 같은 통증이 지나가기도 전에 그녀는 관성으로 인해 앞으로 곤두박질쳤다. 하도 경호원이 꾹 잡고 있었기에 자갈밭에 머리를 박지 않았지만 멀리서 보면 꼭 변서아가 정가현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것 같았다. 변서아는 통증에 오관이 다 비틀어지고 서러움이 솟구쳤다. 이민주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리며 걸레를 밀어 넣은 입을 열심히 놀려댔는데 아마도 그녀에게 독설을 내뱉는 것 같았다. “벌써 마음 아파요?” 정가현은 싸늘하게 웃었다. “자기 딸이라서 못 견디겠죠? 난 비록 며느리지만 한 때는 그 누군가의 딸이었어요. 나한테 독하게 대할 때 우리 엄마 생각은 해보셨어요?” 엄마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순간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그 감정을 억누르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까지 왔더라면 완벽했을 텐데, 아쉽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경호원에게 당부했다. “가서 물 몇 대야 받아 와.” 경호원은 즉시 움직였다. 정가현의 독한 모습에 통제된 메이드들은 정원 구석에 웅크린 채 아무도 감히 나서서 사정하지 못했다. 하긴, 많은 메이드는 그녀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으며 나머지는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이민주가 며느리를 대하는 수법에 대해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변서아 역시 정가현을 자주 괴롭혔으니 이렇게 돌려받는 것이 공평한 것 같았다. 이내 경호원들은 연못의 물을 퍼담아왔는데 실수로 새우 몇 마리와 물풀까지 담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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