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2장

이때, 조사실 문이 열리며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끝이 났다. 손에 커다란 검정색 가죽 케이스 두 개를 든 유시호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겨우 저거냐며 비아냥 거리려던 임신미를 웃기라도 하듯 뒤이어 들어온 수명의 남자들 손엔 저마다 검정 케이스가 들려져 있었다. 스물다섯이나 되는 건장한 체격의 보디가드들이 검정색 슈트를 차려입고 섬뜩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나란히 조사실에 자리잡았다. 서무승은 입을 떡 벌리고 있었고 임신미 모녀는 놀랄것도 없다는듯 되려 번마다 이런 식으로 허세를 부리는 정가현에게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변서준의 예리한 시선이 한 무리의 보디가들 중에 섞여있는 박정우를 발견한다. 저 자식이 내 명령도 어기고 정가현 보디가드 노릇을 해? 박정우 역시 보스의 따가운 시선을 눈치챘는지 뒷줄 구석진 자리에 서서는 변서준을 향해 히죽 웃어보였다. ...... 이윽고 정가현이 초롱초롱한 두 눈을 반달모양으로 뜨며 웃어보였다. “사모님, 돈 가져왔으니 잘 잡으셔야 돼요.” 어쩐지 위협 섞인 말 같다고 생각하기 바쁘게 정가현이 손을 휘휘 내저어 보였다. 그러자 보디가드들이 차례대로 가죽 케이스에서 여러 묶음으로 나뉘어진 현금 4억을 꺼내 임신미 모녀의 책상에 쏟기 시작했다. 팔락 팔락. 노란색 지폐들이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돈비가 내리는 장면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어느새 책상을 한참이나 넘어난 돈다발들은 땅으로, 다리 위로, 팔 옆으로 떨어지며 겨우 봉합한 임해정의 상처를 다시금 건드렸고 임해정은 피를 흘리며 고통에 아우성을 질러댔다. 임씨 가문 보디가드들의 부재로 어쩔수 없이 임신미가 자신의 몸으로 딸 임해정을 막아 나섰다. 책상 위에 놓인 돈다발이 산을 이루자 보디가드들이 이젠 그대로 돈다발을 두 사람의 몸 위에 던지기 시작했고 얼마 가지도 않아 임신미 모녀는 돈다발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믿기지 않는 모습에 조사실에 있던 경찰들이 저마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임신미의 뒤에 몸을 숨기고서도 여전히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임해정을 본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