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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다행히 화장실에는 오직 그녀뿐이지만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변서준을 에돌아 화장실에서 나가려는데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내가 두려워?” 그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얘기하자고 했잖아. 어제는 도망갔지만 오늘은 안 돼.”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두 사람 일은 이미 확실하게 마무리 지은 게 아니었나? 그녀는 남자의 손을 홱 뿌리치더니 손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난 두려운 거 없어. 단지 대단한 변 회장님이 여자 화장실까지 쫓아온 게 놀라울 뿐이야.” 변서준은 검고 그윽한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담배에 불을 붙였고 정가현은 매콤한 연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에 그의 안색은 왠지 더 어두워 보이더니 이내 무뚝뚝하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같이 온 남자 누구야?” 뜬금없는 질문에 정가현은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대답했다. “당신과 뭔 상관이야?” 질문은 무시당했지만 변서준은 화를 내는 대신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아까 그 남자 당신한테 관심 있어 보이던데, 당신도 같은 마음이야?” 뭐? 정가현은 뭔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쳐들어 그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아, 나 여기까지 쫓아온 게 그래서였어? 왜? 질투해?” 정가현의 질문에 변서준은 목이 막혀 잠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정가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변서준의 안색은 점점 새파랗게 변했다. 농락당하는 기분은 정말 별로이다. “내 전처의 신분으로 이리저리 남자들 꼬셔가며 우리 가문 명성에 먹칠하지 마! 그 남자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변 회장 당신, 그렇게 할 일 없어? 내 대답은 하나야. 내가 누구와 함께 있든 당신과 상관없어!” 변서준의 새파랗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정가현은 일그러진 남자의 표정에 기분이 상쾌해져 계속 빈정거렸다. “당신 약혼녀 당신 여자 화장실에서 전처와 이러고 있는 거 알고 있어? 만약 알게 된다면 표정이 아주 가관이겠지? 아, 진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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