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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멀리서 싸늘한 목소리가 빌어먹을 애매한 기운을 깨버렸다. 유한진이 어두운 얼굴도 다가와 두 사람을 강제로 떼어낸 뒤 변서준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변서준은 순식간에 주먹을 맞고 뒤로 두 걸음 밀려더니 손을 들어 입가의 피를 닦아냈다. 유한진의 뒤로 당겨진 정가현은 변서준이 주먹을 맞는 모습에 잠시 걱정이 앞섰지만 이내 통쾌하고 짜릿한 기분이 들어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감히 날 괴롭혀? 한 대로 너무 약해! 이런 개자식은 죽도록 패줘야 제맛이지! “변 회장님 새 여자친구 생긴 거 아닌가요? 왜 찌질하게 전처에게 질척대는 거죠?” 유한진은 마치 방금 주먹을 날린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고 교양있게 웃어 보였다. 변서준은 고개를 돌려 유한진을 노려보았다. 비록 입가가 터졌지만 변서준의 외모는 유한진과 겨뤄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전처라도 한때 제 여자였어요. 그러는 유 사장님은 무슨 자격으로 제 전처를 감싸는 거죠?” 그는 일부러 ‘제’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자기 먹이를 노리는 적에게 주도권을 밝혔다. 내가 가현이 오빠니까! 유한진의 미소는 점차 식어갔다. 옆에서 그의 팔을 당기는 정가현 때문에 그는 이 말을 할 수 없어 단지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재밌네요. 가현이는 독립적인 생각을 가진 성인이에요. 즉 선택권은 가현이한테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왜 가현이를 자신의 소유처럼 표현하는 거죠” 두 사람의 마주친 눈동자에 불꽃이 튀기 시작하더니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들의 시선은 이미 허공에서 여러 번 치고받고 싸웠으며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였지만 결국 승부가 나지 않았다. 화약 냄새가 주차장을 가득 덮자 정가현은 숨이 막혀 이 빌어먹을 수라장을 빨리 끝내고 싶어졌다. 그녀는 크게 기침을 두 번하고 말했다. “늦었으니까 두 사람도 이만 흩어져.” 정가현이 떠나려고 하자 변서준은 다급히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잡으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유한진이 그 앞을 막아서더니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어쨌든 여기는 유한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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