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장

박세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가현이 살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영원히 유한진을 보지 못할 뻔했다.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어떻게 하면 자신이 한 짓을 용서받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한참 생각한 후, 휴대폰을 들고 유한진의 번호를 눌렀다. 휴대폰에서 전해오는 통화 연결음 때문에 기다림의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야?” 유한진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전해왔다. “시덥잖은 말할 거면 끊어.” “잠깐, 끊지 마! 한진 씨. 정말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 거야.” 박세율은 유한진이 갑자기 전화를 끊을까 봐 긴장되어 휴대폰을 꼭 쥐었다 “박 회장님한테 출입 금지를 풀어 달라고 대신 부탁하라는 거라면 어림도 없어. 결혼은 아직 생각 중이야.” “아니야, 난 가현 씨와 대화하고 싶어. 하지만 연락처가 없어... 전화 바꿔주면 안 될까?” 박세율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바꿔 달라고? 경고하는데, 정가현한테 시비 걸려는 생각은 버려. 난 이제 너한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아.” 유한진은 무거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니야, 사과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박세율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전화 바꿔줘. 부탁이야. 한진 씨.” “사과?” 유한진은 박세율의 말에 의아했지만, 그녀는 지금 성안시에 있고, 외출 금지까지 당했으니, 꼼수를 부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동의했다. 그는 가볍게 임시 수술실의 문을 두드린 다음, 문을 비스듬히 열고 방 안에 있는 정가현을 향해 손짓했다. 정가현은 여전히 수술에 전념을 다 하고 있는 유석열을 힐끔 바라보고, 방해라도 할까 봐 조심조심 걸어 나왔다. “왜?” 유한진의 휴대폰을 건네주며 말했다. “박세율이 널 찾아.” “나를?” 정가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휴대폰을 받아 화면을 확인했다. “뭐야? 집에 가서도 가만 못 있어? 이제는 전화로 시비 걸려는 거야?” “아니야, 사과하고 싶어서 전화한 거야.” 박세율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의 부잣집 딸로 살아온 사람이라 푹 숙일 수도 없었다.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