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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장

그 말에 말문이 막힌 박세율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왜? 기억났어?” 유한진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난 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 당장 세율 아가씨를 밖으로 모셔.” “네.” 박세율을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찔려 뒤로 물러섰지만, 기어이 자신을 내쫓으려는 말에 또다시 용기가 생겼다. “갈 수는 있어. 하지만 당신 별장에 있는 사람은 내가 데려갈 거야.” 유한진의 표정이 순간 굳었고 말투의 짜증은 점점 더 짙어졌다. “별장에 다른 사람은 없어, 여자는 더 없고.” 박세율을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지영의 언니, 모씨 가문의 첫째 딸 모연진이 여기 있지? 오늘 꼭 데려갈 거야!” “모연진? 몰라. 증거 있어?” 유한진은 냉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더 많은 경호원을 불렀다. “밖으로 모셔.” “약혼자의 집에 있는 딴 년을 끌고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야! 넌 오늘 이 문을 열어야만 해!” “박세율,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 유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위험한 빛이 반짝였다. “네가 뭐라 하던 데리고 갈거야! 상의할 여지도 없어!” 박세율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처음으로 강한 태도를 보였다. 유한진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지금 떠나지 않으면 난 파혼할 수도 있어.” “뭐라고?” 박세율은 그 말에 깜짝 놀라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방에 있는 그 여자 때문에 파혼한다고?” 그리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웃기지 마! 박씨의 힘이 유씨보다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성안시에서는 사람들의 존중을 받는 가문이야. 파혼은 작은 일이 아니야, 네 한마디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그럼, 어디 해보시던가.” 유한진은 휴대폰을 꺼내 하성훈에게 전화 걸었다. “내가 대체 뭘 잘못했어?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 박세율의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맺혔다. “정가현, 그 여자 때문이야? 이혼 했고, 집안도 권력도 없는 여자가 대체 너한테 뭘 해줄 수 있어? 그런 여자 때문에 꼭 이렇게 해야겠어?” “넌 그 사람과 비교도 안 돼. 그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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