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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우아한 음악 소리를 들으며 프랑스에서 섭외한 파티시에가 직접 만든 쵸콜릿 무스를 맛보고 있는데 커다란 남자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저랑 춤추실래요?” 남자의 하체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올리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변서준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의 얼굴에 정가현은 입맛이 뚝 떨어졌다. 두사람은 한참을 서로의 눈을 바라봤는데 변서준은 말 못 할 감정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이다. 이리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지금 보니 그녀는 피부도 희고 오관도 정교했다. 나와... ... 3년을 함께 살았던 여자가 이렇게 예뻤구나... ... 특히 그녀의 두 눈은 밤하늘의 별을 머금은 듯 빛나고 아름다웠으며 도도한 기운을 풍겼다. 변서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 눈동자... ... 왜 이리도 익숙한 걸까? 변서준이 멍해 있는 그때, 정가현은 싸늘하게 웃으며 쌀쌀맞게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당신은 나와 춤출 자격이 없어.” 옆에서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 여자 미친 거 아니야? 부성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변 회장님에게 자격이 없다고? 변서준은 안색이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이 여자, 나랑 해보자는 건가? 이 남자 왜 이리 질척대? 말귀를 못 알아 듣는 건가? 두 사람의 눈빛에는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점점 클라이맥스로 향하자 유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현이는 제 파트너로 이 자리에 참석했어요. 변 회장님, 제 체면 봐주실 거죠?” 그러더니 변서준의 손을 가볍게 밀며 말했다. “같이 온 파트너와 추시는 게 좋겠어요. 그러다가 그 여성분이 질투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그런데도 변서준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정가현은 유한진에게 귓속말을 하더니 자리를 피해 정원으로 나갔다. 변서준은 그녀를 뒤쫓아가고 싶었지만 유한진이 여러 기업 오너들과 함께 그에게 술을 권하는 바람에 그럴 수 없게 되었다. ... ... 옆 테이블의 심보가 고약한 모지영과 변서아는 비록 그들의 대화를 상세하게 들을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이 서로 ‘끈적한’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변서아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정가현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저 천박한 년이! 이혼하고도 왜 저리 질척거려!” 모지영은 서러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 “가현 씨가 서준이를 아마 정말 좋아하긴 하나 봐 . 만약 이 3년 사이 서준이도 가현 씨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내가... ... 내가 포기해야지 어쩌겠어. 서준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난 괜찮아.” 그러더니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닦았다. 모지영이 변서준을 포기하겠다는 말에 변서아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왜 포기해! 난 우리 오빠 짝으로 오직 언니 한 사람만 인정하는 거 몰라? 저년이 진짜! 얄미워 죽겠어! 내가 두 눈 뜨고 있는 한 저년은 두 번 다시 우리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 하지만 모지영은 눈물을 그치기는커녕 오히려 더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그 가련한 모습은 정말 보는 이의 보호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서아야, 근데 내가 뭐 어쩌겠어.” 변서아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정가현이 떠난 방향을 노려보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언니, 이 일은 나한테 맡겨. 내가 저년 아주 제대로 망가뜨려서 더는 언니한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하게 할게.” “너 뭐 어쩌려고 그래?” 변서아가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이자 모지영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진짜... ... 괜찮을까?” “언니는 가만히 보고만 있어.” 말을 끝낸 변서아는 악랄한 미소를 지으며 정원으로 향했다. 변서아가 나간 후, 모지영은 금세 얼굴이 바뀌더니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변서아 역시 멍청하네! 한두 마디 말에 걸려들다니. 부디 날 실망시키는 일 없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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