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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박진호는 개의치 않아 하면서 얘기했다. “어떻게 하면 방성훈을 놓아줄 겁니까.” 우주 테크는 요즘 유명한 주식이었다. 개미들은 다 우주 테크로 돈을 벌려고 기대 중이었다. 하지만 박진호는 우주 테크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것도 방성훈을 위한 함정이라는 걸 말이다. “왜 방성훈을 도와주려는 거죠?” 심민아는 차갑고 깊은 박진호의 눈동자에서 그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애썼다. 박진호가 방성훈을 위해 이런 얘기를 할 줄은 전혀 몰랐다. 박진호는 차를 한 잔 마시더니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나는 방성훈을 돕는 게 아니에요.” 주식의 신이 파놓은 함정은 아주 깊고 치밀했다. 방성훈이 파산한다면 심민아는 그런 방성훈을 위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할 것이다. 박진호는 심민아를 구하려는 것이다. 방성훈을 목숨처럼 아끼는 그 심민아를 말이다. 하지만 박진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민아는 더더욱 박진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박진호가 오늘 이혼 위자료를 보내준 걸 떠올린 심만아는 약간 화가 났다. 두 팔을 테이블 위에 올린 심민아는 턱을 괴고 박진호를 보면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나랑 하룻밤 자면 당신을 도와줄게요.” 이건 언어 함정이었다. 심민아는 박진호를 도와주겠다고 했지 방성훈을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았다. 방성훈은 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 아무리 박진호가 자기 몸을 바친다고 해도 말이다. 박진호는 약간 멍해있다가 차가운 말투로 얘기했다. “전 유부남입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주식의 신을 대하는 존중이 담긴 말투였지만 지금은 그저 차갑고 짜증스러운 말투였다. “잘됐네요. 전 유부남이 취향이라.” 심민아가 눈을 접으면서 웃었다. 그 유혹적인 말투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표정이 굳은 박진호는 바로 방을 나갔다. 심민아는 그런 박진호를 보면서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차 향기가 입안에서 퍼지고 따뜻한 찻물이 목에서 넘어갔다. 완벽한 차였지만 심민아는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박진호가 문을 박차고 나갈 것은 이미 예상한 바였다. 박진호는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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