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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여름이 강여경을 보더니 비웃었다. “내가 더 예쁘다고 질투해? 할 말 있으면 제발 그냥 대놓고 말해,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서 까지 말고. 그 예쁜 입 가지고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그저 그거 놀려서 나쁜 짓은 다른 사람 시키고, 저는 뒤로 빠져서 순진하고 연약한 척하는 것뿐이지.” “그런 뜻이 아니야. 난 진심으로 네가 예쁘다고 말한 것뿐인데….” 억울하다는 듯 강여경이 눈시울을 붉혔다. 한선우는 도저히 계속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강여름, 적당히 해라. 처음부터 네가 여경이를 괴롭힌 거잖아.” “이거 보라고, 또 다른 사람이 너 대신 나서주잖아.” 여름이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한선우는 화가 나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태환이 언짢은 듯 말했다. “됐다,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여름이 넌 룸으로 가서 할머니랑 있다가 이따 연회 시작되면 그때 나오거라.” “할머니께 인사만 드리고 갈 거예요.” “이따 할머니 식사나 하시게 하고 가라. 얼마 전에 쓰러지셨는데 중풍이 와서 혼자서 식사도 못 하신다.” 강태환이 짜증스럽게 뱉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여름이 겨우 한 달 남짓 할머니를 못 뵌 것 뿐인데 그 사이에 중풍이라니…. “왜 이제야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말한다고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니? 사람 짜증 나게 하는 거 말고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다고.” 여름은 홱 돌아서서 룸으로 들어갔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웬 부인이 옆에서 할머니께 빨대로 물을 마시게 해드리고 있었다. 눈물이 절로 나왔다. “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그간 할머니께 걱정을 끼쳐드릴까 싶어서 일부러 찾아뵙지 않았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빼면 이 집안에서 여름을 가장 아껴주신 분이었다. 이정희와 강태환은 어릴 때부터 여름에게 가혹하고 냉정했지만, 할머니만은 더할 나위 없이 여름을 사랑해주었다. 그러나 여름이 유학을 간 후 할머니는 플럼가든으로 들어가 살기 시작하셨다. “어르신이 이제 귀가 잘 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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