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여름은 이불을 힘껏 잡아당겼다. 가뜩이나 식구들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처지인데 이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여름은 슬프게 웃었다.
“상관없어요.”
‘어쨌든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걸. ‘
최하준이 잠시 아무 말 없더니 지훈을 돌아봤다.
“경찰 쪽에 얘기해서 강여름 씨가 경찰에 협조해서 잠복수사 중이었다고 발표해달라고 하지. 강여름 씨 덕분에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는 조직을 잡아서 수사 중이라고.”
여름은 깜짝 놀라서 멍하니 최하준을 쳐다봤다.
‘자기 명예에 손상이 갈까 봐 커버해 주는 걸까, 아니면 날 위해 그러는 걸까?’
여름은 이 사람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이지훈이 엄지를 치켜올렸다.
“좋은데? 그러면 사람들도 이러니저러니 안 할 테고, 오히려 제수씨의 용감함을 칭찬할 거야. 지금 바로 가서 처리하지.”
여름은 이 사람의 어떤 면을 믿어야 좋을지 헷갈렸다.
“오늘⋯⋯ 고마워요.”
최하준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가더니 ‘흥’하고는 말했다.
“마침내 인사를 듣는군요.”
여름은 아무 말도 없었다.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이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도 모르게 되었다.
“뭐 좀 먹겠습니까?”
최하준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점심도 저녁도 안 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남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 좀 찾아 주실래요? 어플로 뭐 배달시킬게요.”
“거 참 말 섭섭하게 하는군요.”
최하준은 화가 났다.
‘멀쩡하게 사람이 눈 앞에 있는데 도와달라는 말은 않고 핸드폰을 찾다니. 내가 그런 것도 안 해줄 인간으로 보이나?’
“얌전히 누워있어요. 내가 가서 먹을 걸 좀 사오겠습니다.”
최하준이 자리를 뜨자 여름은 쓴웃음을 지었다.
기대기 싫은 게 아니라 차마 못 하는 것이었다.
최하준은 한선우의 외삼촌이다. 언제든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20분이 지나자 최하준이 도시락을 들고 돌아왔다.
여름은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힘 빼지 말아요. 의사가 최소한 이틀은 쉬어야 회복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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