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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화

“일어나.” 하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싫어.” 송영식이 간절한 눈을 하고 이를 악물었다. “하준아, 의사가 지안이 목숨을 살려는 두었지만 희망이 없다면 지안이는 앞으로 어떻게 되겠어? 어렸을 때 지안이가 정신병원에서 널 격려해 주지 않았더라면, 넌 이미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르잖아? 지안이는 너 때문에 의학을 공부했어. 3년 전 지안이가 아니었다면 넌 미쳤을지도 몰라. 넌 쟤한테 일말의 연민도 없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냐?” 하준의 태양혈이 불뚝불뚝 튀었다. 하준은 병실에서 걸어 나갔다. 송영식이 하준의 다리를 잡았다. “하준아. 제발 부탁한다. 들어주기 전까지 난 이렇게 꿇어앉아 있을 거야.” “영식아, 네가 내 친구라면 이렇게 사람을 압박하면 안 되지.” 하준은 송영식의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영식아, 일어나자.” 이주혁이 한숨을 쉬었다. “네가 지안이를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만 그렇다고 지안이의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 만들어서는 안 되지. 하준이는 안 그래도 지안이에게 죄책감과 목숨을 빚지고 있어서 마음이 무거울 텐데.” 그러더니 이주혁도 병실에서 나갔다. 복도에 서 있던 하준이 입을 열었다. “난 가끔 3년 전에 지안이가 날 구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사실 네가 잘못한 것도 없지, 뭐.” 이주혁이 하준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전에 지안이랑 결혼하려고 했을 때도 그렇게 마음이 내켜서 하려고 한 일은 아니었잖아.” “알아주니 고맙다.” 하준은 씁쓸하게 웃었다. 하준은 휴대 전화를 꺼내 여름에게서 온 톡이 없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전화도 한 통 없었다. 하준은 인사를 남기려다가 백지안이 결연하게 머리를 들이박던 모습을 떠올리고 마음이 너무나 피곤해져서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말았다. ---- 해 질 녘. 전성이 소식을 가져왔다. 전성은 송영식과 이주혁을 보더니 우물쭈물 망설였다. “그냥 말하지. 다들 내 친구니까.” 하준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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