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6화
하준은 따라갔다. 단호한 여름의 등을 보니 여기서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영원히 여름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난 사실… 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어.”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온전하게 전한 것이었다.
여름을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하준은 고민스러운 듯 눌린 소리를 냈다.
“하지만 난 지안이랑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고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었어. 지안이를 져버릴 수 없었어. 그래서 당신이랑 이혼할 수밖에 없었어. 내 마음이 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당신이랑 있는 게 더 좋아. 당신이 양하나 서인천이랑 같이 있는 걸 보면 화가 나.”
“그래?”
여름은 살짝 눈시울을 붉힌 채로 하준을 노려보며 비웃었다.
“당신은 백지안이랑 너무 깊게 얽혀 있었어. 날 좋아한다고는 해도 그게 백지안에 대한 당신의 죄책감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일까? 다음에 또 백지안의 말 한마디면 또 날 헌신짝처럼 버리겠지. 양치기 소년 얘기 알지? 아무리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봤자 난 안 믿을 거야.”
“아니야. 나랑 지안이는…이제 정말 끝이야.”
하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나니 뭔가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진 듯 마음이 가벼웠다.
사실 하준은 진작부터 백지안을 사랑하지 않았다. 지안과 함께하면 어쩐지 말할 수 없는 피로감이 쌓이곤 했다.
심지어 결혼식은 하준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어쨌든 못 믿어. 다시는 당신들 사이에 껴서 총알받이가 될 생각은 없거든. 다시는 찾아오지 마.”
여름은 하준을 노려보고는 힐 소리만 남기고 빠르게 멀어져 갔다.
하준이 따라올까 봐 두려운 듯한 모습이었다.
하준은 괴로웠다.
어렵사리 속마음을 모두 꺼내 놓았는데도 여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너무 큰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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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저녁에 밥을 먹으면서 임윤서에게 그 일을 이야기했다.
“뭐? 최하준이 정말로 널 좋아한다고 말했어?”
임윤서가 기뻐했다.
“잘됐잖아? 이제부터 죽도록 괴롭혀줄 수 있겠네?”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거야.”
여름이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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