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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화

여름은 얼른 꼬맹이를 안아 올렸다. 여울이의 눈물을 보더니 하준을 매섭게 노려봤다. “우리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소리는 지르고 난리람? 할 거면 백지안한테 가서 해. 뻑하면 그렇게 소리나 지를 거면 가. 여울이는 내가 데리고 놀 테니까. 괜히 우리 따라다닐 필요 없어.” 그러더니 여울을 데리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졸지에 버려진 하준은 뒤에 남아서 주먹을 꽉 쥐고 있다가 점점 멀어져 가는 둘을 보고는 후다닥 따라갔다. “여울이는 내 조카니까 놀아도 내가 놀아줄 거야.” “싫어. 큰아빠 무서워.” 여울은 가차 없이 거절했다. 하준은 패배를 인정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여울아, 미안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이모한테 해요.” 여울이 진지하게 답했다. 여름 쪽을 쓱 쳐다봤다. 여름은 하준 따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가버렸다. 하준은 마음이 답답했다. 여울이 격려하듯 하준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잘못했으면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용기있는 사람이랬어.” “……” 어린애의 순진한 시선을 마주하니 도저히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준은 할 수 없이 조용히 한숨을 쉬고 여름의 팔을 잡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미안해. 요즘 내가 기분이 좀 안 좋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 너무 마음에 두지 마.” 그말을 듣고 여름은 좀 짜증스럽게 돌아보았다. 이때 여울이 덧붙였다. “이모, 용서해 줘요. 우리 큰아빠 실연해서 엄청 불쌍하잖아요. 우리 아빠한테는 나처럼 귀여운 딸이라도 있지….’ 하준은 다시금 졸지에 여울의 팩트 폭행에 정통으로 당하고 얼굴이 축 처졌다. ‘예전에 내가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너만한 애가 있었을 건데….’ 이제는 잃어버린 그 아이들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었다. 여름은 풀죽은 하준의 모습을 보니 또 살짝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알았어. 여울이를 봐서 이번은 넘어가 주지. 하지만 우리랑 같이 다닐 거면 입은 다물고 지갑만 열어.” 그러더니 여름은 꼬맹이를 데리고 비행기 어트렉션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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