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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화

이지훈의 눈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여보, 내가 과일 가져왔어.” 하준이 과일 접시를 들고 들어왔다. 이때 룸 문이 열리더니 이주혁이 웬 늘씬한 여자 허리에 팔을 얹고 들어왔다. 기다란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어깨가 드러난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에 하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여름이 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머릿속에 욕설이 수억 개 스쳐 지나갔다. ‘와…. 뭐 이런 거지 같은 날이 있지?’ 오래도록 얼굴도 못보고 지냈던 시아였다. TH가 망하고 나서 시아는 거의 만난 적이 없었다. 가끔 연예계 뉴스에 등장하는 시아를 보기는 했는데 최근 인기가 점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여름은 시아와 따로 연락도 주고 받지 않고 별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시아가 이주혁과 함께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최하준 친구들은 죄다 머리에 뭐가 들었길래 고르는 짝마다 저 모양이야? 소영이 같은 괜찮은 사람은 두고 어디 가서 하필 시아 같은 애를 데려왔담?’ 하준은 요즘 기억력이 형편없어져 시아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지훈의 반응을 보고 대충 눈치 챘다. “여름아,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어.” 시아가 여름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바로 다정한 척 반갑게 다가왔다. “미안,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였던가?” 여름이 손바닥을 들어 다가오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이주혁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는 사이야?” “알다 뿐이게 나랑 여름이는 중학교, 고등학교도 같이 나왔어. 내내 얼마나 친했다고. 그런데 서울 가더니 연락이 끊기더라고.” 시아가 난감한 듯 웃었다. 이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강여름은 서경주가 알아보고 나서야 서울로 데려왔지? 지금 시아의 말투를 보니 강여름은 여기 와서 팔자가 피면서 시아와는 연락을 끊은 모양이군.’ 여름은 이주혁이 어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이 대놓고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연락 끊었는지는 네가 더 잘 알거야.” “흥! 그러게 말입니다.” 이지훈이 맞장구 쳤다. “기억나네. 전에 동성에 있을 때 항상 진가은 같은 격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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