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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화

“내가 왜 변태입니까?” 하준은 손을 옮겨 여름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 눌렀다. 도발적인 눈빛이었다. 여름은 저도 모르게 하준의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얼굴은 불에 댄 것처럼 화끈거렸다. “입 다물어요.” “왜? 이제 내가 싫어졌습니까?” 여름의 손을 걷어내고 이를 갈며 말했다. “강여름 씨, 내가 떠나고 며칠도 안 지났는데 쪼르르 양유진한테 가서 약혼을 했더군요. 할 말 있으면 해 보시지. 양유진은 당신이 지금 나와 함께 있는 걸 알고 있을까?” “그만해요.” 여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양유진만 떠올리면 미안해서 죽을 것 같았다. 힘없이 풀이 죽은 여름의 모습은 하준을 자극했다.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여름을 증오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술이 닿자마자 느껴지는 익숙한 향기는 하준을 금새 달아오르게 했다. ‘빌어먹을! 너무 달콤하잖아.’ 여름은 한참동안 버둥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두 손은 이미 하준에게 제압당한 상태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남자의 힘은 도저히 꺾을 수가 없었다. 하준은 몸을 더 밀착시켜왔고 키스는 더욱 깊어졌다. 여름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 사람은 날 떠났어.’ 떠난 최하준을 생각하며 뜬 눈으로 지새운 밤이 여러 날 이었다. 약혼을 하긴 했지만 양유진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접촉을 피해왔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여름은 하준의 숨결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쾅!” 귀에 어렴풋이 아래층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키스에 집중한 하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잠시 후, 누군가 밖에서 작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준 씨, 여기 있어요?” 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서유인의 목소리였다. 여름은 새파랗게 질려 그를 밀어냈다. ‘나 어떻게 된 거 아냐?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을….’ 그 여자친구는 지금 문 밖에 와있다. 하준은 짜증이 나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빌어먹을, 서유인이 어떻게 여길 들어왔지?’ 하준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걸어갔다. 슬쩍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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