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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화

여름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하준을 노려보았다. 눈에는 음흉한 웃음기가 가득했고 오히려 신이 난 표정이었다. 이를 꽉 깨물고 울분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유감스럽게도 분명 우리 엄마랑 아빠가 더 일찍 만나셨으니까 몇 달이라도 내가 너보다 언니야. 손윗사람에게 말 조심해. 그리고 난 저 사람 잡은 적 없어.” “야, 그럼 하준 씨가 널 모함한다는 거야?” 서유인이 화를 내며 독설을 내뱉었다. “최하준 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너는 감히 눈도 못 마주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너같은 게 언감생심 말이나 붙여볼 수 있는 줄 알아? 어떻게든 팔자 한 번 고쳐보겠다고 주제 파악 못하는 것들 내가 많이 봐서 알지.” 하준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하는 말들을 듣다 보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서유인에게는 처음부터 관심 따윈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교양없는 모습을 보니 재벌가 규수같지가 않았다. “무슨 일로 여기 이러고 있는 건가?”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리자 서경주와 위자영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마침 잘 오셨어요. 강여름이 하준 씨한테 꼬리 치다가 딱 걸렸지 뭐예요.” 서유인이 주저하지 않고 부모에게 일러바쳤다. “게다가 엄마가 굴러온 돌이라는데요?” 위자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남편 서경주가 자신과 결혼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위자영만은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질까 늘 노심초사 해 왔다. “강여름, 네가 이젠 선을 넘는구나. 여기 들어올 때부터 잘 대해줬더니 뭐? 지금 걸치고 있는 것도 모두 내가 명품으로 사다 준 것들인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 이 배은망덕한 것!”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서경주는 죽을 맛이었다. “오해는 무슨 오해예요? 하준 씨가 직접 말 한 건데요.” 서유인이 발을 탕탕 굴렀다. “약혼자도 있으면서 남의 남자까지 넘보고! 뻔뻔한 거 봐.” “약혼자가 있습니까?” 하준이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 눈빛은 그를 잘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서늘함이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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